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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함께 하고픈 이야기

혼창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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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을 담은 창으로 통하다

 

혼, 혼은 나침반이자 시계이다.

창, 창은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통, 통은 혼을 통하는 것이다.

 

3명의 벽돌공이 뙤약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벽돌을 쌓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저마다 달랐다. 한 벽돌공은 유난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지나가던 행인이 그에게 물었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벽돌공이 답했다. “보면 모르나? 벽돌을 쌓고 있다.” 행인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하고 있는 다른 벽돌공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몰라서 묻소? 돈을 벌고 있잖소.”라고 답했다.

 

그런데 나머지 한 사람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그는 뭐가 좋은지 활짝 웃는 얼굴로 일하고 있었다. 앞의 두 사람과 같은 질문을 받은 그가 답했다. “나는 지금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는 중이오.” 인생에 대한 목적의식이 삶과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지독한 불황 속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이 시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특히 은퇴한 이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으로 번민하는 시니어들에게 이 우화는 한 가닥 삶의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은퇴 후 노후에 대한 두려움이나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창업에 나섰던 이들의 우울한 이야기가 자주 들리고 있다. 새로 창업에 나섰던 자영업자 중 70%가 3년 이내에 폐업을 한다는 통계를 알면서도 나만은 다를 것으로 생각하고 용기를 내지만 결국 수많은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폐업을 피한 30%가 성공한 것도 아니다. 그럭저럭 유지한다는 덫에 걸려 매일 피곤한 노동을 반복할 뿐이다. 도대체 모두 장밋빛 꿈을 안고 시작한 일들이 왜 이 모양인가?

 

홍대 부근은 업소들 간의 경쟁도 심하지만 새로운 경영 방법을 시도하는 트렌드숍도 많다. 그 중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인 ‘테펜’이라는 곳이 있다. 이 식당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6~7명 정도 되는 직원들이 일제히 “어서 오십시오”라고 큰 소리로 인사하는 것부터 남다르다. 주방과 홀에 있는 직원들이 모두 합세해서 외친다. 음식에 대한 칭찬이 나오면 전 직원이 그 테이블을 향해 90도로 인사한다. 손님이 건배를 할 때는 직원들이 건배사를 물어 모두 함께 건배사를 외친다. 그게 이 가게의 컨셉트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직원 모두가 저녁부터 새벽까지 이렇게 미친 듯이 일한다는 것이다.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말이다.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나? 다른 데보다 돈을 많이 주나 보지?” 하고 물으니 “월급은 다른 데보다 조금 더 받는 정도지만,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벽을 가리켰다. 벽에는 종업원들이 저마다 자신의 꿈을 적은 카드가 붙어 있었다. 설명해준 직원의 꿈은 최고의 요리사가 되어 훗날 자신의 가게를 차리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이 식당은 오오스마 케이스케라는 35세의 젊은 사장이 창업한 식당으로 일본에서 이미 큰 화제가 된 곳이었다. 일본에 5개 점포가 있고 홍대 앞 가게는 해외점포 1호인 셈이다. 이 가게에서 일하기 위한 조건은 ‘장차 경영자가 되고 싶어 하는 꿈이 있는가?’ 한 가지이다. 사원이 되면 누구나 자신의 꿈을 적어서 벽에 붙이는데, 한 가지 조건은 반드시 언제까지 이루겠다는 목표 날짜를 적는 것이다. 이미 이 소원을 이룬 사람이 10명이 넘는다고 한다.

 

테펜이 종업원의 꿈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가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2005년 본점에 마쓰오라는 직원이 있었다. 그 역시 꿈을 적어서 가게 벽에 붙였는데 내용이 황당했다. ‘내 생일인 8월 6일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테펜 점포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향 구와나에 오픈한다.’ 당시 2호점을 오픈한 직후였고 8월 6일까지는 4개월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간부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불가능을 외쳤음에도 마쓰오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날부터 마쓰오는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점포를 청소하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잔무를 챙겼다.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는 그의 열정에 직원들도 그를 신뢰하게 되었다. ‘8월 6일에 고향에 점포를 내고 싶다’는 그의 꿈은 전 직원이 공유하는 꿈으로 변해버렸다. 끝까지 반대한 부사장도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한 사람의 꿈도 이뤄질 수 없다면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멤버들에게 꿈을 써 붙이게 했을까? 무엇을 위해 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왔을까? 나도 그의 꿈이 이뤄지게 하고 싶다.”

 

오오시마 사장도 그 생각에 동의했고 큰 도박과도 같은 일이었지만 8월 6일 점포를 오픈했고 시골점포로는 드물게 월 천만 엔을 넘기는 점포가 되었다. 오오시마 사장이 대중연설을 할 때 한 청중이 물었다. “그 직원이 이제 오픈했으니 더 이상 꿈이 없나요?” 대답은 “아니오”였다. 마쓰오는 오픈 직전 다른 직원들에게 이렇게 선언했다고 한다. “점포를 오픈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내 고향 구와나의 거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꿈입니다.” 그의 꿈은 보다 큰 데 있었고, 그 차이가 행동의 차이, 결과의 차이를 낳았던 것이다.

 

태권도에서 급에 따라 허리띠 색깔이 다르듯이 우리가 꾸는 꿈에도 무엇을 지향하는가에 따라 색깔이 다를 듯하다. 작은 점포 하나를 내더라도 ‘먹고 살기 위해’ 혹은 ‘돈을 벌기 위해’와 같은 저단자에게나 어울리는 꿈을 가진다면 우리는 그 꿈마저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해 가야하는 은퇴자들에게는 붉은 장밋빛 꿈보다는 혼(魂)이 담긴 원대한 푸른 꿈이 어울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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