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처로 가는 길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음침하고 불안했다. 오래된 목재 다리 아래로 짙은 안개가 드리워져 있었고, 다리 양쪽에 늘어선 등불은 거의 꺼져 가는 듯 희미한 빛만을 발했다. 엘리아스는 리안나와 카이아 뒤를 따라 조용히 걸으며 계속 긴장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조심해. 이곳은 단순히 조직의 은신처가 아니라,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설계된 장소야.” 리안나가 조용히 말했다.
그들의 앞길을 막은 것은 거대한 석문이었다. 거친 벽돌들 사이에 희미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문 옆에는 녹슨 쇠사슬이 매달려 있었다. 카이아가 손끝으로 문양을 만지자 갑자기 밝은 빛이 터져 나오며 문이 천천히 열렸다.
“들어가자.” 리안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들어선 은신처의 내부는 예상과는 달리 고요하고 깔끔했다. 정교한 대리석 기둥과 바닥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벽에는 오래된 서적들과 두루마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이 고요 속에는 뭔가 꺼림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엘리아스는 이곳에 뭔가 중요한 것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은신처의 깊은 곳으로 다가갈수록, 마치 무언가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카이아는 마법진을 펼쳐 주변의 마법 기운을 확인하려 했지만, 기이하게도 그 빛이 자꾸만 어긋나며 불안정하게 떨렸다.
“뭔가 이상해. 이곳엔 무언가 강력한 힘이 있어.” 카이아가 조용히 경고했다.
그 순간,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긴 망토를 두른 인물이었다. 얼굴은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고, 그 인물은 엘리아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나타났군. 왕국의 마지막 후계자.”
엘리아스는 움찔하며 검을 움켜쥐었다. 그는 이 인물이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인물의 다음 말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내 이름은 제드. 그리고 나는 너의 혈통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기다려왔다.”
리안나와 카이아는 동시에 경계 태세를 취했다. 리안나가 단호하게 물었다. “혈통을 지키기 위해 기다렸다고? 믿기 힘든 말이군.”
제드는 천천히 가면을 벗었다. 그의 얼굴은 고대의 초상화에서 본 것과 똑같은 아스테론 왕가의 특성을 띠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지만, 동시에 깊은 슬픔이 어렸다.
“나는 왕국이 무너진 그날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왕실 수호자 중 하나다. 너희가 찾는 ‘왕의 문장’은 바로 이곳에 있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넘겨주기 전에 너희가 진정으로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엘리아스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무슨 준비를 말하는 겁니까?”
제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었다. 그의 손끝에서 강력한 마법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은신처 전체가 밝은 빛으로 채워졌다.
“왕의 문장은 단순히 네 혈통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왕국의 모든 역사와 비밀을 간직한 상징이다. 네가 이 문장을 소유하려면, 그 책임을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엘리아스는 그의 말에 무게를 느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순간이 단순히 과거를 되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일임을 깨달았다.
제드는 엘리아스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시작해보자. 진정한 후계자의 자격을 증명하라.”
다음 편 예고:
엘리아스는 제드가 준비한 시련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능력과 자질을 시험받는다. 그의 혈통과 관련된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며, 동료들과의 신뢰 또한 새로운 시험에 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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