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이야기: 후계자의 시험
제드가 손을 내밀자 엘리아스 앞에 빛의 문이 열렸다. 문 너머는 환한 공간으로 가득했고, 그 속에서 흐릿한 형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제드는 조용히 말했다.
“이곳은 네 혈통에 새겨진 기억과 운명을 시험하는 공간이다. 두려움을 떨치고 들어가라. 네가 진정한 후계자라면, 그 사실을 이 공간이 증명할 것이다.”
엘리아스는 잠시 망설였지만, 리안나의 격려 어린 눈빛을 보고 힘을 내어 빛의 문 속으로 들어갔다.
그가 발을 들인 곳은 낯선 전장 한가운데였다. 울부짖는 바람 소리,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끝없는 비명. 엘리아스는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이 한때 전설로만 들었던 아스테론 왕국의 마지막 전투 장면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눈앞엔 절망 속에서도 용감하게 싸우는 군사들과, 그들 반대편에 서 있는 암흑의 군대가 보였다.
“이건… 과거?”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때 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은 네 혈통에 새겨진 기억이다. 네 조상이 마지막으로 왕국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순간.”
엘리아스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의 앞에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왕관을 쓴 남성이었다. 그는 엘리아스와 비슷한 이목구비를 하고 있었으며, 손에는 검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나는 네 선조 중 하나다. 이 전투는 내가 겪었던 마지막 순간이었고, 이제 너를 통해 새로운 왕국의 운명을 결정할 기회가 왔다.”
엘리아스는 그가 진짜인지 의심하면서도, 그 순간 느껴지는 강렬한 유대감에 휩싸였다. 그는 선조와 함께 싸우기 위해 검을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전투는 치열했다. 엘리아스는 처음으로 전투의 공포를 온몸으로 느끼며 적들과 맞섰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의 몸은 선조의 움직임을 따라 자연스럽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마치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기술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의 공격은 점점 강해졌고, 그의 존재는 전장 속의 군사들에게 희망이 되었다.
전투가 끝나갈 무렵, 선조는 엘리아스를 보며 말했다. “너는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다. 네가 이끌 왕국은 우리와 다를 것이다. 이 시험을 통과하면, 네가 진정한 후계자임을 모든 이에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엘리아스는 자신 안에 있던 의심과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 대신, 강한 책임감과 결의가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엘리아스가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는 전보다 훨씬 단단한 눈빛으로 제드를 마주했다. 제드는 엘리아스의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축하한다, 엘리아스. 네가 진정한 후계자임을 이 공간이 증명했다.”
리안나와 카이아는 조용히 엘리아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 엘리아스가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운명에 의문을 품는 소년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받아들인 후계자였다.
제드는 한쪽 손을 들어 벽에서 고대 문장을 꺼내 엘리아스에게 건넸다. “이제 이 문장은 너의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라.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왕국을 재건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것은 네 몫이다.”
엘리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장을 손에 쥐었다. 그 손끝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기운은 마치 선조들의 축복처럼 느껴졌다.
다음 편 예고:
문장을 손에 넣은 엘리아스와 동료들은 항구를 떠나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그들의 앞길에는 암흑 세력의 더 큰 위협과 숨겨진 동맹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엘리아스는 왕국의 부활을 위해 무엇을 희생해야 할지 점차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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