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이야기: 황금 사원의 그림자
밤의 칼날과의 해상 전투 이후, 엘리아스 일행은 지도를 따라 남쪽에 위치한 폐허—‘황금 사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한때 왕국의 중심 종교이자 지혜의 보루였으나, 전쟁 이후로 봉인된 장소였다. 전설에 따르면, 사원 깊은 곳에는 왕국의 창건자들이 남긴 예언과 기록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사원은 빛 한 줄기 스며들지 않는 거대한 석조 건물이었다. 수백 년의 시간 속에서 이끼와 덩굴로 뒤덮였고, 입구는 마법의 봉인으로 막혀 있었다. 카이아가 손을 들어 마법진을 그리자, 오래된 문양들이 천천히 빛을 내며 열렸다.
“이 안에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이 있어,” 리안나가 낮게 말했다.
사원 안은 고요하고 서늘했다. 돌기둥 사이로 고대 언어가 새겨져 있었고, 바닥에는 잊혀진 신들의 문양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엘리아스는 그곳에서 낯선 울림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그의 이름을 속삭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들은 사원의 중심에 위치한 ‘심장의 방’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엘리아스는 오래된 유리관 속에 잠들어 있는 금빛 두루마리를 발견했다. 그것은 왕국의 ‘미래 예언서’였다. 그러나 예언서를 꺼내는 순간, 사원 전체가 흔들리며 벽면에 새겨진 그림자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기다렸노라, 마지막 후계자여.”
그림자 속에서 나타난 존재는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었지만, 눈동자엔 빛이 없었다. 그 존재는 스스로를 “에노스”라 소개했다—왕국 멸망 당시 반역자 중 하나이자, 황금 사원의 수호자.
“네가 진정한 왕이라면, 이 예언을 마주할 용기를 보여라.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영원히 잠들게 될 것이다.”
엘리아스는 검을 들지 않았다. 대신, 문장을 꺼내 들고 말했다. “나는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나는 진실을 알고 싶다. 그리고 왕국을 되살릴 자로서, 과거의 죄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다.”
에노스는 잠시 침묵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 용기, 기억하겠다.”
예언서는 엘리아스의 손에 의해 열렸다. 그 안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왕국은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러나 피의 대가 없이는.”
그 말과 함께 엘리아스는 하나의 장면을 보게 된다—리안나와 카이아, 그리고 자신 중 하나가 어두운 운명 속에 희생되는 모습이었다.
다음 편 예고:
엘리아스는 예언서를 통해 미래를 엿본다. 그 예언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선택과 희생을 요구한다. 일행은 서로를 바라보며,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지켜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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