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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왕국의 마지막 후계자

열한 번째 이야기: 검은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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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 이야기: 검은 시험

검은 별의 요새, 그 깊숙한 심장에서 엘리아스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단순한 전투가 아니었다. 제드는 그를 요새 아래 지하 회랑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이곳은 왕국 창건 이래, 진정한 군주가 될 자만이 통과할 수 있었던 공간이다. 이곳에서의 시험은 검으로도, 마법으로도 풀 수 없다. 오직 네 내면의 힘으로만 가능하다.”

엘리아스는 동료들의 격려를 뒤로하고 홀로 입장했다. 무거운 철문이 닫히며 방 안은 암흑으로 뒤덮였고, 곧 빛 한 줄기 아래 그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나타났다. 부모 없이 자라던 그때의 외로움, 수많은 질문과 상처들, 그리고 누군가의 희미한 목소리—“넌 특별하지 않아.”

“이 시험은 너 자신과의 대면이다.” 회랑 속 목소리가 울렸다. “넌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가?”

엘리아스는 흔들림 없이 나아갔다. 그는 과거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 시절의 자신을 가만히 안아주었다. “약했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순간, 눈앞의 어둠이 갈라지며 두 번째 환상이 펼쳐졌다. 이번엔 리안나가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고통과 분노가 담겨 있었고, 카이아는 그 옆에서 절망에 찬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왕국을 구하는 대신, 네가 사랑하는 이들을 잃게 된다면—그걸 감당할 수 있겠는가?”

엘리아스는 검을 꽉 쥐었다. 그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 “왕이란, 자신이 아끼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싸울 거다. 잃지 않기 위해, 반드시.”

그 말이 끝나자 마지막 시험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거울 속에서, 한 명의 엘리아스가 나타났다. 그 모습은 냉혹하고, 무자비했으며, 손에 문장을 들고 왕좌에 앉아 있었다.

“너의 또 다른 가능성이다. 이 문장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영광, 권력, 불멸까지. 넌 그것을 거절할 수 있는가?”

엘리아스는 거울 속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왕좌를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세계를 위해 싸울 것이다.”

그 순간, 회랑이 환한 빛으로 가득 차며 시험은 끝났다. 문장이 반응했고, 엘리아스의 가슴 위로 새로운 문양이 떠올랐다—왕국의 진정한 상속자에게만 부여되는 ‘황금의 각인’.

그가 밖으로 나왔을 때, 제드와 동료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눈으로 보았다. 엘리아스가 진정한 후계자가 되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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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엘리아스의 황금 각인이 세상에 드러나자, 각지에서 옛 동맹과 새로운 적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왕국의 부활은 더 이상 예언이 아닌 현실이 되었고, 대륙의 판도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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