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이야기: 잔불 위의 서약
자일렌의 전투가 끝난 후, 대륙은 긴 침묵에 빠졌다. 하늘은 밝았지만 땅 위엔 무수한 상처가 남아 있었고, 사람들의 마음 속엔 아르카나스의 그림자가 여전히 희미하게 머물렀다.
엘리아스는 왕좌를 거절한 뒤, 성전 북쪽의 언덕에 작은 석탑을 세웠다. 그것은 자신이 지나온 여정과 싸워온 이들을 기리는 기념탑이었다. 그는 말없이 탑 아래 무릎 꿇고, 자신이 만든 왕국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곱씹었다.
그를 따라 싸웠던 이들—리안나는 아르세아로 돌아가 기사단을 이끌며 국경을 지켰고, 카이아는 마법 아카데미를 세워 혼돈을 겪은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제드는 새로 창설된 수호단의 초대 단장이 되었고, 사엘은 예언서를 봉인하고 평화로운 숲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엘리아스는 여전히 떠나지 않았다. 그는 ‘왕이 없는 왕국’의 수호자였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석탑을 찾아왔다. 그 아이는 엘리아스를 보고 말했다.
“당신이 왕이래요. 그런데 왜 성에 살지 않아요?”
엘리아스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왕은 성에 있는 자가 아니라, 사람들 곁에 머무는 자야.”
그는 아이에게 검을 쥐어주며 말했다.
“이건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한 거란다. 기억하렴. 우리 모두가 어떤 어둠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세상은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전설은 끝났지만, 새로운 시대는 지금 막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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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에필로그 또는 외전 안내):
엘리아스가 남긴 기록은 세대를 지나며 새로운 영웅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먼 미래, 또 다른 어둠이 깨어날 조짐이 다가오고 있었다—Ziferas Chronicles: Legacy of Flame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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