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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왕국의 마지막 후계자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망각의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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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망각의 전선

제국의 공격은 예상보다 조용하게 시작됐다. 밤새 바람결에 섞여 도달한 소리는, 비명이 아닌 기억의 침묵이었다. 첫 번째 공격 대상은 전략 요충지가 아닌, 왕국 북쪽의 ‘에델렌 수도원’. 수세기 동안 지식을 보관하던 장소였다.

엘리아스가 도착했을 때, 수도원은 형태만 남아 있었다. 책은 재로 변했고, 수도사들은 기억을 잃은 채 앉아 있었다. 카이아는 그들의 정신을 탐색했지만 돌아온 건 하나였다.
“그들은… 자기 이름조차 잊었어요.”

사엘은 침묵 끝에 말했다. “제국은 무기를 넘어서, 정체성을 파괴하려는 것이다. 기억 없는 세계—그곳엔 저항도, 자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엘리아스는 ‘빛의 맹세’ 제2의 방어선—기억의 장막을 소집했다. 이는 고대 마법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을 지키기 위한 결계였다. 그러나 그것을 유지하려면 희생이 필요했다. 많은 마법사들이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자리를 지켰고, 일부는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엘리아스는 에델렌 옛 종탑에서 선언했다.
“우리는 검으로만 이길 수 없다. 우리는 잊지 않음으로, 존재함으로써 승리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제국은 또 하나의 움직임을 보였다. 왕국 남서쪽, 연합의 가장 약한 고리인 브라가르 국경지대에서—‘인간의 형상을 한 기억 사냥꾼들’이 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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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브라가르 전선이 흔들리며, 연합 내부의 불안이 커진다. 엘리아스는 기억을 지키는 자들 사이에서 갈등을 조정하며, 기억 사냥꾼의 정체와 제국의 진짜 목표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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