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왕국의 마지막 후계자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기억 사냥꾼

반응형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기억 사냥꾼

브라가르의 외곽, 한밤중에도 붉게 타오르는 불빛이 연합군 진영을 비추고 있었다. 제국이 투입한 ‘기억 사냥꾼’들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은 비어 있었고, 말 대신 기계음과 마법 명령어로 움직였다.

그들이 침입한 곳은 군사기지가 아니라, 민간 마법학교. 아이들의 기억을 훔치고, 그 기억을 토대로 ‘복제된 환영 전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엘리아스는 즉시 브라가르로 향했다. 현장에는 이미 혼란과 절망이 퍼져 있었고, 많은 이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왜 싸워야 하는지조차 잊고 있었다. 그는 학교 중앙탑에 올라, 방패와 검을 동시에 들어 외쳤다.

“기억은 단지 과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미래의 씨앗이다!”

엘리아스는 왕국의 각인을 방패에 발현시키며 ‘기억 사냥’을 막기 위한 새로운 방어 마법을 전장에 펼쳤고, 동시에 카이아는 기억을 지닌 이들을 다시 일깨우는 ‘공명 주문’을 시전했다.

제국의 병기들은 잠시 멈칫했고, 그 사이 리안나와 제드가 단단한 전선을 구축해 반격을 이끌었다. 전투는 혼란 속에서도 회복의 기운을 타고 퍼져나갔고, 브라가르는 함락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엘은 전투 이후 심각한 보고서를 전했다.
“제국의 기술은 점점 인간성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어요. 그들은 기억뿐만 아니라 ‘정체성 자체’를 지우는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엘리아스는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빛이 비추는 곳은 줄어들고 있었다. 이제 그들의 싸움은 단지 생존이 아닌,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전쟁이 되어가고 있었다.


---

다음 편 예고:
엘리아스는 제국의 ‘기억 주입 장치’가 완성되기 직전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왕국은 전면전을 준비하며, 그 안에서 각 인물들의 과거가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빛의 맹세, 그 약속이 진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