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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빛의 맹세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빛의 맹세전장 곳곳이 기억을 잃은 이들로 가득한 와중, 왕국의 중심 자일렌에서도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제국은 비밀리에 ‘기억 주입 장치’를 자일렌 인근에 설치하고 있었고, 그 장치는 인위적으로 기억을 바꾸는 기술—기억 조작—을 실현하려 하고 있었다.카이아는 왕국의 고대 기억서고에서 관련 마법의 원천을 추적해냈다. 그 근원은 바로 아스테론 왕국 초기, 배반자 마도사 벨레리스가 설계한 ‘의식 파편화 주문’. 제국은 이 기술을 되살려 전 대륙을 재설계하려는 것이었다.이에 엘리아스는 자일렌 대광장에서 연합의 결의를 다시 선언했다.“우리는 빛의 맹세 아래 이 땅의 진실을 지켜왔다. 이제 그 맹세가 시험받는 순간이다. 제국이 지우려는 것은 기억이 아닌, 진실이다.”동시에 리안나와 제드는 정..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기억 사냥꾼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기억 사냥꾼브라가르의 외곽, 한밤중에도 붉게 타오르는 불빛이 연합군 진영을 비추고 있었다. 제국이 투입한 ‘기억 사냥꾼’들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은 비어 있었고, 말 대신 기계음과 마법 명령어로 움직였다.그들이 침입한 곳은 군사기지가 아니라, 민간 마법학교. 아이들의 기억을 훔치고, 그 기억을 토대로 ‘복제된 환영 전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엘리아스는 즉시 브라가르로 향했다. 현장에는 이미 혼란과 절망이 퍼져 있었고, 많은 이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왜 싸워야 하는지조차 잊고 있었다. 그는 학교 중앙탑에 올라, 방패와 검을 동시에 들어 외쳤다.“기억은 단지 과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미래의 씨앗이다!”엘리아스는 왕국의 ..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망각의 전선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망각의 전선제국의 공격은 예상보다 조용하게 시작됐다. 밤새 바람결에 섞여 도달한 소리는, 비명이 아닌 기억의 침묵이었다. 첫 번째 공격 대상은 전략 요충지가 아닌, 왕국 북쪽의 ‘에델렌 수도원’. 수세기 동안 지식을 보관하던 장소였다.엘리아스가 도착했을 때, 수도원은 형태만 남아 있었다. 책은 재로 변했고, 수도사들은 기억을 잃은 채 앉아 있었다. 카이아는 그들의 정신을 탐색했지만 돌아온 건 하나였다.“그들은… 자기 이름조차 잊었어요.”사엘은 침묵 끝에 말했다. “제국은 무기를 넘어서, 정체성을 파괴하려는 것이다. 기억 없는 세계—그곳엔 저항도, 자유도 존재하지 않는다.”이에 엘리아스는 ‘빛의 맹세’ 제2의 방어선—기억의 장막을 소집했다. 이는 고대 마법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기억..
스물네 번째 이야기: 제국의 그림자 스물네 번째 이야기: 제국의 그림자엘드란이 떠난 지 한 달, 아스테론 왕국 경계 지역에서 연달아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마을이 흔적 없이 사라졌고, 마법 감지탑은 이례적인 기계 반응을 포착했다. 카르세론 제국은 이를 ‘우연한 사고’로 일축했지만, 엘리아스는 직감적으로 알았다—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엘리아스는 왕국 최고의 정찰단을 파견했고, 그들이 가져온 기록은 충격적이었다. 무너진 마을 한가운데서 발견된 것은 고대의 마법 장치와 융합된 ‘기계 생체 병기’. 그것은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지만, 눈은 텅 비어 있었고, 움직임은 명령에 의해 조정되는 인형과도 같았다.카이아는 기록을 분석하며 말했다.“이건 단순한 연금술이 아니야. 영혼을 기계 안에 가두는 기술… 제국이 마법과 과학을 넘나들고 있어.”엘리..
스물세 번째 이야기: 제국의 사자 스물세 번째 이야기: 제국의 사자엘리아스가 평화를 지켜내며 왕국의 수호자로 남은 지 3년. 세계는 조용했지만, 대륙의 서쪽 해안에서 새로운 세력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름하여 카르세론 제국. 철기와 연금술, 기계 마법이 융합된 이 신흥 제국은 빠르게 세력을 확장했고, 마침내 아스테론의 옛 국경에 사절단을 보냈다.사절의 이름은 엘드란. 그는 젊지만 눈빛은 매서웠고, 그의 말은 조심스러웠지만 명확했다.“제국은 평화를 원합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약한 자의 침묵이 아닙니다. 우리는 왕국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엘리아스는 침묵 끝에 대답했다.“우리는 싸움을 원하지 않지만, 싸움이 온다면 피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준비하는 것은 무기가 아니라, 지킬 가치입니다.”엘드란은 미소를 지으며 ..
스물두 번째 이야기: 잔불 위의 서약 스물두 번째 이야기: 잔불 위의 서약자일렌의 전투가 끝난 후, 대륙은 긴 침묵에 빠졌다. 하늘은 밝았지만 땅 위엔 무수한 상처가 남아 있었고, 사람들의 마음 속엔 아르카나스의 그림자가 여전히 희미하게 머물렀다.엘리아스는 왕좌를 거절한 뒤, 성전 북쪽의 언덕에 작은 석탑을 세웠다. 그것은 자신이 지나온 여정과 싸워온 이들을 기리는 기념탑이었다. 그는 말없이 탑 아래 무릎 꿇고, 자신이 만든 왕국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곱씹었다.그를 따라 싸웠던 이들—리안나는 아르세아로 돌아가 기사단을 이끌며 국경을 지켰고, 카이아는 마법 아카데미를 세워 혼돈을 겪은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제드는 새로 창설된 수호단의 초대 단장이 되었고, 사엘은 예언서를 봉인하고 평화로운 숲으로 돌아갔다.그러나 엘리아스는 여전히 ..
스물한 번째 이야기: 빛과 그림자의 결말 스물한 번째 이야기: 빛과 그림자의 결말자일렌의 중앙탑, 폐허 위에 어둠이 일렁였다. 아르카나스는 모든 마법의 근원처럼 대지를 뒤흔들었고, 엘리아스는 그 중심에서 흔들림 없이 섰다. 검과 방패—왕국의 마지막 유산이 그의 손에 있었다.결전은 침묵 속에서 시작되었다. 아르카나스는 검은 그림자 칼날을 무한히 뽑아내 공격했고, 엘리아스는 방패로 막고 검으로 반격했다. 그러나 싸움은 단순한 힘의 대결이 아니었다. 엘리아스의 내면은 끊임없는 속삭임으로 흔들렸다.“너도 나처럼 될 수 있다. 세상의 희생을 목격한 자는 결국 절망에 빠지게 된다…”그때, 엘리아스의 검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의 정수, 그리고 지금껏 함께한 이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인 빛이었다. 리안나의 용기, 카이아의 헌신, 제드의 충의, 사엘의 믿..
스무 번째 이야기: 어둠의 심장, 자일렌 스무 번째 이야기: 어둠의 심장, 자일렌자일렌. 한때 왕국의 수도였으며, 아스테론의 지혜와 권위가 머물던 성역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곳은 아르카나스의 기운으로 뒤틀린 어둠의 심장이 되어 있었다. 도시의 탑은 붕괴되었고, 공중엔 검은 마법의 안개가 피어올랐다. 한때 희망이 넘쳤던 곳은 절망의 진원지가 되었다.엘리아스와 동료들은 자일렌 외곽에서 전열을 정비하고 있었다. 각국의 연합군이 집결했고, 왕의 깃발 아래 그 어떤 전쟁보다도 조용한 긴장감이 흘렀다.엘리아스는 전장에서 짧은 연설을 남겼다.“우리는 단지 왕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음 세대가 빛을 마주할 수 있도록, 어둠 속에 서 있는 것이다. 누구든 두려워하지 마라. 오늘, 우리는 이 세계에 다시 희망이 존재함을 증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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