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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왕국의 마지막 후계자

세 번째 이야기: 수정의 항구로의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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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 수정의 항구로의 항해

카이아가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엘리아스 일행은 수정의 항구로 향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리안나는 오래된 해도와 지도책을 펼쳐들고 항로를 정리했으며, 탈마린은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추가로 제공했다.

“수정의 항구는 단순한 항구 도시가 아니네. 그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밀매 조직과 도적들이 모이는 장소다. 특히, 밤의 칼날 조직이 그곳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지. 도시의 뒷골목에선 누구도 신뢰할 수 없고, 너희가 찾으려는 ‘왕의 문장’은 아마도 고위급 조직원만이 접근할 수 있는 비밀 은신처에 보관 중일 거야.”

그들의 첫 번째 목표는 항구에 도착한 후, 그 지역에 정통한 정보를 수집하고 은신처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항해는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일행이 탑승한 작은 무역선은 밤하늘 아래 나아가고 있었다. 별빛이 물결 위에 반짝였지만, 엘리아스는 온전히 평화를 느낄 수 없었다. 카이아는 갑판 가장자리에 기대어 멀리 보이는 지평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불꽃 마법진이 아스라이 빛을 내며 펼쳐져 있었다.

“항구에 도착하면 뭘 할 거야?” 엘리아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선 내 스승이 찾던 금서를 알아봐야겠지. 하지만 너랑 동행하는 이상, 너희 목적도 최대한 돕겠다.” 카이아가 간결하게 답했다.

“너희 둘, 도착 전에 자는 게 좋을 텐데.” 리안나가 갑판으로 올라오며 말했다. “수정의 항구는 밤늦게 도착할 예정이다.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긴장감을 늦추면 안 돼.”

엘리아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잠자리에 들기 어려웠다.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질문들이 가득했다. 그는 정말로 이 여정을 감당할 수 있을까? 자신의 혈통을 입증한다 해도, 그게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머리를 감싸쥐며 갑판 위에 주저앉았다.

그 순간, 카이아가 조용히 다가와 옆에 앉았다. “마음이 복잡한가 보네.”

엘리아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이 모든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내가 정말로 왕국의 후계자라면… 어째서 그동안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 어째서 나에게 이런 운명이 닥친 걸까?”

카이아는 조용히 엘리아스의 손목 위를 보았다. 그의 손목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고대 문양이 나타나 있었다. 그것은 아스테론 왕가의 상징으로, 엘리아스가 왕국의 혈통임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증거였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 문양 위를 가볍게 짚으며 말했다. “너는 선택받은 게 아니야. 너는 태어난 거지. 그리고 태어난 이상,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아직은 모르겠지만, 가다 보면 알게 되겠지.”


수정의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후였다. 바람은 냉랭했고, 항구는 뜻밖에 조용했다. 그러나 조용함 속에는 도사린 위험이 느껴졌다. 리안나는 일행에게 손짓하며 조용히 행동할 것을 지시했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믿지 말아야 해. 모든 움직임이 누군가에게 노출될 수 있으니까.”

그들은 작은 여관에 짐을 풀고, 카이아의 마법진으로 방 전체를 보호한 뒤 계획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우선, 신뢰할 만한 정보원을 찾아 ‘밤의 칼날’ 조직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와 동시에, 카이아는 자신의 스승과 연관된 금서의 단서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엘리아스는 여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어두운 골목들을 바라보았다. 밤의 칼날이 저 길목 어딘가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두려움 속에서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이 순간이 단순히 잃어버린 문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첫 걸음임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서 리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단순히 과거의 흔적이 아니야, 엘리아스. 그 문장은 너의 혈통을 입증해줄 뿐만 아니라, 왕국의 진정한 부활을 알리는 신호가 될 거야. 네가 원하는 건 그저 혈통의 증명인가, 아니면 새로운 왕국을 세울 열쇠인가? 그건 오직 너만이 결정할 수 있어.”

엘리아스는 눈을 감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앞에 놓인 선택지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바꿔놓을 중대한 것이었다.

다음 편 예고:
엘리아스와 동료들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항구의 뒷골목을 탐색하며, 밤의 칼날의 조직원들과 첫 번째 대치 상황을 맞닥뜨린다. 그 과정에서 엘리아스는 자신의 혈통과 관련된 숨겨진 능력을 처음으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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