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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왕국의 마지막 후계자

열여섯 번째 이야기: 빛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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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번째 이야기: 빛의 정수

엘리아스와 동료들은 거센 눈보라를 뚫고 에릴 산맥의 봉인 지대에 도착했다. 이곳은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한 폐허였다. 하늘은 끝없이 흐렸고, 거대한 결정체들이 떠 있는 공중엔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맴돌고 있었다. 바로 이곳, 에릴의 심장에서 아르카나스가 잠들어 있었다.

입구는 봉인 마법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카이아가 마법진을 해독하려 했지만, 문양은 그녀가 아는 고대 언어보다 더 오래된 것이었다. 사엘이 조용히 손을 들어 불빛 하나를 꺼냈다.

“엘리아스, 네 안에 있는 ‘빛의 정수’는 단순한 힘이 아니야. 그것은 봉인을 해제할 열쇠이자, 새로운 봉인을 만드는 유일한 가능성이기도 하지.”

엘리아스는 왕의 검을 검지 위에 올리며 집중했다. 그의 가슴에 새겨진 황금의 각인이 희미하게 빛나더니, 이내 전신을 감싸는 은은한 빛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봉인된 문은 그의 존재를 인식하듯 천천히 열렸다.

그 순간, 안쪽에서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몰아쳤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이들은 모두 밀려났고, 중앙에서 아르카나스의 환영이 떠올랐다. 그의 모습은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지만, 이미 강력한 존재감이 공간을 장악했다.

“다시 돌아온 후계자여… 너 역시 나처럼 선택받은 자일지도 모르겠군.”

엘리아스는 그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세상을 파괴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나의 힘은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아르카나스는 웃으며 사라졌고, 봉인 안쪽에서 어둠의 생명체들이 솟구쳐 나왔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엘리아스의 힘이 다르게 반응했다. 빛의 정수가 깨어나며 그의 검은 마치 생명을 얻은 듯, 휘두를 때마다 어둠을 정화했다.

카이아의 마법, 리안나의 검, 제드의 방패가 함께 하며 이들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였다. 전투가 끝나갈 무렵, 엘리아스는 자신 안에서 느껴지는 또 하나의 힘에 주목했다—빛의 정수는 단순히 마법 에너지가 아닌, 아스테론 왕국 초대 왕의 혼이 남긴 유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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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엘리아스는 빛의 정수 속 기억을 통해 초대 왕의 의지를 마주한다. 동시에, 아르카나스는 서서히 봉인을 깨고 물리적인 존재로 부활할 준비를 한다. 대륙은 다시 한 번, 왕국의 운명과 마법의 충돌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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